판례 요약
한 사람이 타인의 지시와 서류를 받아 법인 20곳의 계좌 34개를 개설하고 접근매체를 건당 7만~9만 원에 넘겼습니다. 대법원은 법인 대리인 자격으로 계좌를 만들었더라도 법인의 실제 관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불법적인 계좌 이용에 기여했다면 금지된 전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01사건 개요
피고인은 ‘김실장’이라는 사람에게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들고 접근매체를 주면 건당 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공받은 서류로 계좌를 개설하고 은행 밖에서 기다리던 지시자에게 통장·현금카드·OTP 등을 전달했습니다. 약 네 달 동안 법인 20곳의 계좌 34개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피고인은 법인 대표를 만난 적이 없었고, 지시자는 대표가 노숙자 또는 아는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에서 불법 스포츠토토 계좌로 쓰인다는 말을 들었으며 불법임을 알았지만 돈이 필요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상당수 계좌는 보이스피싱·조건만남 사기·도박사이트 운영에 이용됐습니다.
02쟁점
가. 대리 개설이라는 형식으로 전달을 부정할 수 있는지
계좌를 이용하는 법인과 계좌 개설을 대행한 사람, 실제 접근매체를 받은 사람의 관계를 구분해야 했습니다.
나. 법인 의사에 따른 관리가 계속됐는지
대리인이 서류에 따라 계좌를 만들었어도 외부인의 불법적인 이용을 위해 점유를 넘겼다면 법인 내부 관리와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03판결
대법원은 접근매체를 넘긴 뒤에도 법인의 실제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된다면 금지된 전달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법인 설립과 계좌 개설·전달의 경위를 객관적으로 살펴 실제 법인 관리에서 벗어나 불법 이용을 돕는 이전이라면 전달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은 타인의 명의를 빌려 설립한 법인들의 계좌를 지시자의 요청으로 만들고 대가를 받아 넘겼습니다. 회사 대표와 정상적인 업무 관계를 맺어 처리한 것이 아니었고, 본인도 계좌의 불법 이용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정과 실제 범죄 이용 내역을 종합해 접근매체 전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무죄를 판단한 항소심의 법리 해석에 잘못이 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04의의
계좌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계좌의 불법 이용을 가능하게 전달했다는 책임은 구분됩니다. 계좌 개설 대행의 명목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구의 지시였고 어떤 권한과 목적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업 실체와 대표자와의 관계, 개설 횟수, 건당 보수, 계좌를 넘긴 직후의 관리 상태가 판단 자료입니다. 접근매체를 전달한 사람이 어떤 용도로 쓰일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대화와 진술로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