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다른 사람을 협박해 받은 돈을 인출하면 1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사람이 체크카드 두 장을 수령했습니다. 카드는 경찰의 수사협조자가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인출 수수료도 불법적인 계좌 이용을 위한 카드 보관과 대응하는 대가가 될 수 있고, 범죄 이용 목적은 보관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피해금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본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01사건 개요
피고인은 높은 일당을 내세운 텔레그램 광고를 보고 일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지시자는 조건만남을 수락한 사람을 협박해 받은 돈이 입금돼 있다며 체크카드 두 장을 받아 인출하면 금액의 10%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받아들여 퀵서비스 기사에게서 카드를 수령했습니다.
실제로는 수사협조자가 자금세탁 광고를 보고 조직에 접촉한 뒤 경찰에 알린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이 카드 전달 현장에 잠복했고, 피고인이 카드를 받은 뒤 이동하려 할 때 체포했습니다. 항소심은 수수료가 인출의 대가일 뿐 보관의 대가는 아니며 카드가 실제 범죄에 쓰일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02쟁점
가. 인출 대가와 카드 보관의 관계
인출 수수료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인출에 필요한 접근매체 보관과의 대가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나. 준비된 카드와 보관자의 범죄 인식
경찰이 준비해 실제 피해금 인출이 이루어질 수 없는 카드라도, 보관한 사람이 범죄로 받은 돈을 인출한다고 인식했다면 범죄 이용 목적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03판결
대법원은 접근매체 보관을 타인 명의 계좌의 불법적인 거래·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점유 또는 소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불법적인 이용을 해 주고 대가를 받기로 한 사람이 그 이용을 위해 카드를 보관했다면 보관과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약속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협박 피해금이라는 설명을 듣고 인출을 수락했고, 수사에서도 조건만남 피해자는 신고를 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대가 약속과 범죄 이용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범죄 이용 목적에는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며 구체적인 범죄의 세부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실제 범행 의사나 예정된 범죄가 실행됐는지를 반드시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무죄 부분을 파기환송했고 피고인의 별도 상고는 상고권 포기 후 제기돼 부적법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04의의
카드를 잠시 보관했거나 보수의 명목이 배달·인출 수수료였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카드를 받은 목적, 지시 내용, 예상한 계좌 이용과 대가를 연결해 살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범죄 이용 목적을 피고인의 인식으로 판단한다는 사례입니다. 실제 피해금이 없었던 수사 경위와 피고인이 알고 수락한 업무는 구분해야 하며, 범죄를 전혀 모른 채 정상 업무라고 생각한 경우와 동일하게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