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형제 사이에 식당 매출금을 동생 명의 계좌에 보관하고 동생은 임의로 쓰지 않기로 약정했습니다. 동생이 비밀번호를 바꾸고 약 5,507만 원을 사용하자 횡령이 문제 됐습니다. 대법원은 식당 운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범죄 목적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좌를 만든 목적과 실제 거래를 살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01사건 개요
피해자는 과거 건설업체 부도로 신용상태가 나빠진 뒤 가족 동의로 횟집을 운영했습니다. 2018년부터 피고인인 동생 명의로 사업자등록과 계좌를 마련했고, 매출금은 그 계좌에 보관하되 동생이 임의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약 5년간 피해자는 매출금을 입금하고 식당 경비를 지급했습니다.
피고인은 2023년 5월 계좌 비밀번호를 바꾸고 총 38회에 걸쳐 55,072,710원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급심은 피해자가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돈을 맡겼을 가능성을 추정해 위탁관계를 보호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02쟁점
가. 차명계좌와 범죄 목적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채무가 많고 자신의 계좌를 쓰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돈의 보관 약정이 강제집행면탈의 실행·준비였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나. 위탁관계의 형성과 실제 사용
약정의 법적 효력, 가족관계, 계좌 개설 시기와 사업 목적, 구체적 집행 위험 및 장기간의 매출·경비 관리가 판단 자료였습니다.
03판결
대법원은 위탁관계의 보호가치를 부정하려면 약정이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지, 재물 위탁이 범죄 실행을 위한 수단인지 등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종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채무초과와 차명계좌 이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록에는 계좌 개설 당시의 구체적인 채무 규모나 집행의 기초가 되는 채권, 채권자의 소송·보전처분 움직임을 보여주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과거 독촉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일부만으로 범죄 목적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계좌는 과거 사업 부도에서 약 8년이 지나 횟집 운영을 위해 개설됐습니다. 가족의 동의 아래 오랫동안 매출과 경비를 관리했고 돈의 소유권에 대한 다툼도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가족 간 신뢰에 따른 생계 활동의 보관관계로 볼 사정이 크다고 판단해 하급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04의의
계좌 명의와 보관금의 실제 소유는 다를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사람이 계좌 주인이라고 해서 타인의 매출금을 자기 돈처럼 써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매입·급여 내역과 임의 사용 금지 약정은 실제 귀속과 보관관계를 보여줍니다.
한편 차명이라는 외형만으로 불법 위탁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계좌 개설 당시의 상황과 목적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모든 차명계좌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범죄 목적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 없이 위탁관계의 보호가치를 부정한 판단을 바로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