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킴로펌 대구배임변호사입니다. 부동산을 제때 넘겨주지 못해 다투다가 매수인으로부터 “조건을 안 받아들이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고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매자는 이미 거래가 끝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매자는 여전히 등기를 넘겨받으려고 기다리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새 매수인을 찾아 계약하면 민사 분쟁에 형사 문제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도금을 받은 부동산 매도인이 유효한 계약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등기를 넘기면 배임이 문제 됩니다. 다만 같은 이중매매라도 인쇄기 같은 동산의 매도인에게는 다른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 종료를 둘러싼 부동산 사건과 배임을 부정한 동산 사건을 중심으로, 거래의 종류와 진행 단계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1. 배임죄는 손해를 입혔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어기고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를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업무상 배임은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때 이득액은 범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입니다. 계약서의 총액만으로 기계적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핵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인지입니다. 계약 당사자는 각자 자기 의무를 이행하므로, 이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배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가 거래의 본질적인 내용이 된 경우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가 중도금 지급 등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들어섰을 때 이러한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2. 조건부 해제 통고 뒤 부동산을 다시 판 사건: 배임 인정 취지
가. 사건 개요
매도인은 서울 금천구의 부동산을 13억 8,000만 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2억 원, 중도금 6억 원을 받았습니다. 매수인들은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임차인과의 분쟁 때문에 부동산을 인도받지 못했습니다. 매수인들은 인도 유예기간의 예상 수익을 잔금에서 공제하는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고했습니다.
이후에도 매수인들은 소유권을 넘겨받고 손해 문제를 정리하자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매도인은 다른 사람들과 15억 원의 매매계약을 맺고 등기를 넘겼습니다. 먼저 계약한 매수인들이 소송으로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한 때는 다른 매수인 앞으로 등기가 끝난 뒤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원심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신임관계와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배임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중도금을 받은 매도인은 매수인의 부동산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지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유효한 계약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고 등기까지 넘긴 행위에 배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특히 통고서의 문장과 이후 대화가 중요했습니다. 대법원은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제하겠다는 뜻과, 지금 계약을 해제한다는 뜻을 구별했습니다. 매수인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매도인이 대금 반환을 제안했더라도, 적법한 해제로 계약이 끝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매도인이 해제됐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인쇄기를 채무 변제 대신 넘긴 사건: 배임 무죄 유지
가. 사건 개요
인쇄기를 1억 3,500만 원에 판매하기로 한 사람이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약 4,361만 원 상당의 원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판매자는 그 기계를 자신의 다른 채권자에게 넘겼습니다. 8,400만 원의 기존 채무를 갚는 대신 인쇄기를 양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먼저 매수한 사람에게는 계약대로 물건이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동산매매에서 판매자의 물건 인도의무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사무라고 보았습니다. 물건을 넘기면 계약 이행을 마치고 매수인이 권리를 취득하는 관계에서, 판매자가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한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판결은 중도금이 오갔어도 동산의 매도인을 곧바로 타인의 사무 처리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매수인에게 손해가 생기고 판매자가 약속을 어긴 사정이 있어도, 배임죄의 별도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계약상 반환이나 배상 의무까지 면제한 결론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4. 두 사건을 가른 것
부동산 사건의 매도인은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된 뒤 매수인의 권리 취득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었습니다. 반면 인쇄기 사건의 판매자는 자기의 동산 인도의무를 부담할 뿐 별도의 재산 관리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됐습니다. 먼저 돈을 받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공통점만으로 두 사건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었습니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계약 상태도 결론에 영향을 줍니다. 민법 제565조는 다른 약정이 없다면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 포기나 배액 상환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이행 뒤에는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는 제안만으로 마음대로 거래를 끝낼 수 없습니다. 합의해제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 등 실제 종료 근거를 따져야 합니다.
5. 확인해야 할 네 가지
가. 계약서가 정한 권리와 의무
목적물의 종류와 소유권 이전 방식, 인도나 등기에 필요한 협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른 거래에서 무죄가 나온 판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사건에도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매매 외에 보관이나 관리 약정이 함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나. 지급 내역과 거래 진행표
계약금 약정과 실제 송금, 중도금 수령을 날짜별로 나누어야 합니다. 입금증의 적요뿐 아니라 당사자가 어떤 대금으로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제3자와의 계약일, 인도일, 등기일에 연결하면 이중처분 당시의 상태가 드러납니다.
다. 계약을 끝낸다는 의사표시의 내용
통고서에 ‘해제’라는 단어가 있는지만 보아서는 부족합니다. 조건을 제시하며 이행을 촉구했는지, 실제로 계약을 해제했는지 문장 전체를 살펴야 합니다. 이후 소유권 이전을 요구한 대화나 대금 반환을 거절한 기록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라. 해제됐다고 믿은 이유
상대방과 감정이 상했다는 사정과 계약이 종료됐다는 근거는 다릅니다. 합의서나 통지의 내용, 대금 반환 및 수령 경위가 어떤 의미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매도인의 설명과 당시 기록을 대조하면 적법한 해제나 그에 대한 인식이 실제로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6. 맺음말
부동산 매매가 틀어졌다는 느낌과 법적으로 계약이 종료됐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중도금을 받은 뒤 유효한 계약을 남겨 두고 등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면 배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통고서 한 장도 언제 어떤 맥락에서 보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다만 동산 인쇄기의 사례처럼 배임의 주체가 되는 지위를 부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매매 대상과 이행 단계, 계약 종료의 근거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배임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더킴로펌 대구배임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시어 사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