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킴로펌 대구횡령죄변호사입니다. 남이 맡긴 돈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돈부터 불법적으로 모은 것이니 횡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죄수익을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맡겼다가 받지 못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보관을 부탁한 사람의 잘못이 돈을 받은 사람의 책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불법 자금이라는 사실과 불법원인급여라는 판단은 같지 않습니다. 돈을 만든 과정에 범죄가 있어도 보관·전달 계약이 정당하다면 횡령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건넨 목적 자체가 자금세탁이라면 횡령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구고등법원에서 올라간 수표 교환 사건과 해외 송금을 맡긴 사건을 중심으로 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1. 불법원인급여는 무엇을 뜻할까요?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준 경우 원칙적으로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불법원인이 재산을 받은 사람에게만 있는 때에는 예외입니다. 여기서 불법은 모든 법 위반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위의 내용과 목적 등에 비추어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정도가 현저한 경우 등이 문제됩니다.
이 규정이 횡령 재판에도 등장하는 이유는 소유권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급여자의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까지 부정되는 경우에는 재산의 소유권이 받은 사람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 그 재산을 임의로 쓴 행위가 '타인의 재물'을 횡령한 것인지부터 달리 검토하게 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임무를 위반한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입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큰돈을 보관했다는 사정에 앞서 어떤 관계로 돈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불법적으로 돈을 마련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과 맺은 모든 계약이 반사회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금 조성과 교부 목적을 구별해야 한다는 법리가 이 부분에서 중요해집니다.

2. 대구고법의 횡령 유죄 판단이 파기된 수표 교환 사건
가. 사건 개요
피고인은 액면 합계 19억 2,370만 원의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면 2,0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수표가 불법 금융다단계 유사수신 사기에서 나온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교환을 맡았습니다. 수표 일부는 약 14억~15억 원의 현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직 교환하지 않은 수표와 교환한 현금 중 18억 8,370만 원을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범죄수익을 숨기는 행위에 대한 책임과 별도로, 건네받은 재산을 횡령한 책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재판에서 다투어졌습니다. 항소심은 대구고등법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수표를 교부한 계약 자체를 살폈습니다. 범죄수익인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어 특정과 추적, 발견을 현저히 어렵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수표 교환이지만 실제 내용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처벌하는 자금세탁행위였습니다.
법원은 이 계약의 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보았습니다. 범죄자가 계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호하면 자금세탁을 억제하려는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도 들었습니다. 수표가 불법원인급여여서 소유권이 받은 사람에게 귀속되므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죄에 관한 판단까지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도18035 판결).
3. 사기로 모은 투자금의 보관자에게 횡령을 인정한 사건
가. 사건 개요
해외 회사에 투자할 돈을 모집한 사람이 변호사와 에스크로 및 자문 계약을 맺었습니다. 모집한 돈 중 일부를 변호사에게 보내면, 변호사가 지정된 외국환거래 회사를 거쳐 해외 투자처에 전달하고 관련 자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약정에 따라 보관·전달을 맡기는 구조였습니다.
변호사는 50억 원을 송금받았고, 그중 약 20억 7,889만 원을 개인적으로 소비했습니다. 자금을 모집한 사람이 사기와 유사수신 범행으로 투자금을 모았다는 점 때문에, 이 돈의 교부 역시 불법원인급여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유죄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계약에는 돈의 취득 원인을 꾸미거나 범죄수익을 은닉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변호사가 계약할 때 그 자금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거나, 불법적인 해외 송금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당사자들은 법이 허용하는 외화 반출 방법을 찾는 것을 전제로 계약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변호사가 지정 회사 계좌로 일부 송금하다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중단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자금의 조성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보관·전달 계약의 내용과 목적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면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도11931 판결).
4. 두 사건을 가른 것
수표 사건은 범죄수익을 숨기는 일을 알고 맡은 경우였습니다. 해외 투자금 사건은 합법적인 송금과 자문을 맡기는 계약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출발점인 돈에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은 같지만,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약속한 일과 받은 사람의 인식이 달랐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자금의 출처가 불법이라는 말만으로 보관자의 개인 사용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판단의 순서는 돈의 조성 경위, 보관 계약의 실제 내용, 불법 목적에 대한 인식, 임의 사용 행위로 나누는 것이 정확합니다.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와 자금세탁을 약속했는지도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또한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관련 행위가 모두 적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범죄수익은닉 등의 책임은 별도로 검토되며, 최초 피해자의 권리와 범죄자 사이의 계약관계도 구별해야 합니다. 민사상 반환청구 역시 청구 주체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별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5. 조사 전에 확인해야 할 네 가지
가. 계약서보다 넓게 실제 약속을 확인하세요
돈을 맡긴 목적은 계약서 제목뿐 아니라 협의 과정과 실제 수행한 일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보관, 송금, 교환, 자문 가운데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구별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업무를 가장한 계약인지도 당시의 대화와 업무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나. 정보를 알게 된 과정을 정리하세요
받는 당시에는 모르다가 나중에 자금 출처를 알게 된 경우와, 처음부터 알고 맡은 경우는 다릅니다. 의뢰인이 무엇이라고 설명했고 이를 의심할 자료가 언제 생겼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조사 뒤 추측을 보태기보다 당시 자료에 근거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받은 돈과 사용한 돈을 나누세요
보관금 전부를 횡령액으로 단정하지 말고 실제 전달액과 보유액, 개인적 사용액을 대조해야 합니다. 계좌 내역과 수표의 흐름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특히 특정경제범죄법 적용에서는 법률상 이득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라. 관련자의 역할을 섞지 마세요
돈을 투자한 피해자, 자금을 모집한 사람, 전달을 맡은 사람의 지위를 각각 살펴야 합니다. 누구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와 누구의 범행을 도왔는지도 구별해야 합니다. 불법원인급여라는 주장 하나로 모든 민사·형사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6. 맺음말
불법 자금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횡령죄가 당연히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범죄수익이라는 출처와 별도로, 교부의 원인이 된 계약의 내용과 반사회성을 구체적으로 살폈습니다. 합법적인 전달을 맡은 돈을 임의로 쓴 경우에는 횡령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자금세탁 자체를 목적으로 재산을 건넨 사건에서는 다른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무엇을 알고 어떤 일을 맡았는지, 돈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자금 보관과 사용을 둘러싼 횡령 혐의로 조사를 앞두셨다면, 더킴로펌 대구횡령죄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시어 사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참고한 법령과 판결
민법 제746조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도18035 판결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도1193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