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킴로펌 대구뺑소니변호사입니다. 가벼운 접촉사고 뒤에 피해자에게 괜찮냐고 묻고, 별일 없겠거니 하고 자리를 떴다가 며칠 뒤 경찰에서 도주치상 혐의로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는 나중에 진단서를 내고, 운전자는 "도망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항변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사고 직후 몇 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입니다.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주치상죄는 단순히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사고의 경위, 피해자의 상처, 사고 직후의 정황을 종합해 운전자에게 도주의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먼저 자리를 떠난 것으로 오인할 만한 상황이었다면 도주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연락처를 찍어 두었다고 생각했다거나 급한 사정이 있었다는 이유로는 도주가 쉽게 부정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사례를 중심으로 도주치상죄가 실제로 어떻게 판단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도주치상죄의 기본 내용
가. 처벌 규정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 제1항 제2호).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같은 항 제1호).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교통사고와 다릅니다.
나. '도주'의 의미
도주란, 운전자가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면서도 구호 등 필요한 의무를 다하기 전에 현장을 떠나 누가 사고를 냈는지 확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피해자에게 신원 자료를 주었더라도, 구호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떠났다면 도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참조).
다. 구호조치가 필요 없었다는 주장의 한계
피해자를 구호할 필요가 실제로 없었다면 도주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를 인정받으려면 피해자가 구호가 필요 없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혔거나, 응급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정이 사고 직후에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피해자가 멀쩡히 걸어 다녔다거나 나중에 가벼운 상처로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4도214 판결 참조).
2.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사례 – 도주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
가. 사건 개요
피고인은 2023년 8월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승용차를 운전해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이동하던 중, 앞에서 걸어오던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차량 왼쪽 사이드미러로 피해자의 왼쪽 팔목을 쳤습니다. 피해자는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목 부위 염좌 등의 진단을 받았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그러나 법원은 도주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괜찮냐고 물었는데 피해자가 운전을 위험하게 했다며 화를 내다가 차 뒤로 걸어가 버려서 인적사항을 미처 건네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CCTV 영상도 이 주장과 맞았습니다. 사고 직후 피고인은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충돌로부터 약 24초 뒤 피해자가 피고인 차량의 뒤쪽으로 돌아갔고, 그로부터 5초 뒤에 피고인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각도의 영상에서는 그로부터 4초 만에 두 사람의 간격이 크게 벌어져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차량 번호를 확인하려고 뒤로 돌아간 것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영상에 나타난 시간 간격과 이동 동선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화를 내다가 제 갈 길을 간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사고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한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여기에 피고인이 음주운전처럼 운전 사실을 숨겨야 할 사정이 없었고,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주할 뚜렷한 동기도 없었다는 점이 더해졌습니다. 결국 도주치상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남은 업무상과실치상 부분은 피고인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공소가 기각되었습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10. 23. 선고 2024고정309 판결 참조).

3. 도주가 인정된 사례 – 연락처를 찍어 갔다고 오인한 경우
반대 결론이 나온 사건도 있습니다. 피고인의 승용차가 앞서 가던 피해자 차량의 뒤 범퍼를 들이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충돌의 반동으로 상체가 앞뒤로 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받아 목 부위 염좌 등을 입었습니다. 피고인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차량 파손 부위를 촬영한 피해자가 다가오자 창문 너머로 "일단 좌회전한 뒤 차를 세우고 이야기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좌회전하지 않고 그대로 유턴해 현장을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차량 번호판과 차 안에 둔 연락처를 촬영했으니 필요한 조치는 다 된 것이고, 용변이 급해 먼저 출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다치고 차량이 파손된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알면서도 신원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채 떠났으므로 도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가 연락처를 촬영했다고 오인했다거나 용변이 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는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6. 5. 21. 선고 2024노2362 판결 참조).
4. 두 사례의 차이
두 사건 모두 사고 직후 운전자와 피해자가 짧게 대화를 나눴고, 운전자가 인적사항을 직접 건네지 않은 채 떠났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차이는 운전자가 현장을 떠날 당시의 상황이었습니다. 서부지원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먼저 차 뒤로 걸어가 버려, 운전자가 상황이 끝났다고 오인할 만한 정황이 CCTV로 확인되었습니다. 의정부 사건에서는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이야기하자고 해 놓고 약속과 달리 현장을 떠났습니다.
5. 도주치상 혐의를 받을 때 확인해야 할 것
가. 사고 직후의 영상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은 도주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입니다. 누가 먼저 자리를 떠났는지, 몇 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결론을 가를 수 있으므로, 영상은 사건 초기에 바로 확보해야 합니다.
나. 피해자와 나눈 대화
사고 직후 피해자가 괜찮다고 했는지, 화를 내며 떠났는지, 연락처를 요구했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대화 내용은 목격자 진술이나 영상으로 뒷받침될 때 설득력이 커집니다.
다. 신고 시점과 피해 정도
피해자가 언제 신고했는지, 진단 내용과 실제 치료 경과가 어떠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나중에 가벼운 상처로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구호조치가 필요 없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라. 도주할 이유가 있었는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처럼 운전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는 점은 도주의 고의를 부정하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도주치상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사례처럼, 사고 직후의 상황상 피해자가 먼저 자리를 떴다고 오인할 만했다면 도주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연락처를 찍어 갔다고 생각했다거나 급한 사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자리를 뜬 경우에는 유죄가 인정되기 쉽습니다. 사고가 나면 피해자가 필요한 도움을 받을 때까지, 가능하면 경찰이 올 때까지 현장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도주치상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더킴로펌 대구뺑소니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시어 사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