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킴로펌 대구유기죄변호사입니다. “몇 년 함께 지냈으면 상대방에게 생긴 일은 제가 책임져야 하나요?”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곁에 있던 사람이 왜 더 빨리 돕지 않았는지가 문제 되곤 합니다. 술집이나 숙박업소처럼 손님을 맞는 장소에서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유기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의무를 전제로 합니다. 다만 보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없어도, 실제 관계와 위험이 생긴 경위에 따라 계약상 부조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함께 지내던 사람의 유기치사가 부정된 판결과 만취한 손님을 방치한 업주의 유죄 판결을 비교해 책임의 경계를 살펴보겠습니다.
1. 유기죄의 출발점은 보호의무입니다
형법 제271조 제1항은 질병이나 나이 등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유기로 생명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같은 조 제3항의 7년 이하 징역이 문제 됩니다. 단순히 불친절했다는 평가와 구별되는 형사처벌 요건입니다.
유기로 사람이 다치면 형법 제275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중하더라도 먼저 제271조의 의무와 그 위반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관계였는지, 피해자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는지, 그 사실을 알고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를 차례로 확인합니다.
법률상 의무와 계약상 의무의 근거는 서로 다릅니다. 혼인관계에서의 부양처럼 법이 정한 의무도 있고, 돌봄을 맡은 약정이나 거래관계의 성질에서 나오는 의무도 있습니다. 다만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일반적인 도덕적 요구를 곧바로 유기죄의 보호의무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합니다.
2. 동거 사실만으로 보호의무가 인정되지는 않았던 사건
가. 사건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4년여 동안 동거하기도 하면서 관계를 이어 왔습니다. 피해자가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한 뒤 사망하자, 피고인에게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를 돌보지 않은 유기치사 책임이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검토할 사항은 두 갈래였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부부의 상호 부양의무에 준하는 보호관계였는지,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위급한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였습니다. 관계를 이어 온 기간만 제시하는 것과 실제 혼인생활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달랐고, 사후 밝혀진 사인과 당시의 인식도 구별해야 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사실혼도 보호의무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혼인의 의사가 있고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실체가 있어야 하며, 단순한 동거나 교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사실혼이라고 보거나 이에 준하는 보호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하여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음을 인식했다는 증명도 부족했습니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3952 판결). 사실혼에는 보호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아니라, 그 관계와 인식이 이 사건에서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결입니다.

3. 술을 판 업주에게 부조의무가 인정된 사건
가. 사건 개요
주점 업주는 이전에도 손님으로 왔던 피해자에게 연말에 술을 마시러 오라고 권했습니다. 피해자는 다른 회식에서 술을 마신 뒤 주점을 찾았고, 사흘 동안 과음하면서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점의 소파에서 자는 상황도 이어졌습니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발견했을 때 피해자는 담요 등을 덮지 않은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병원에 옮겨졌지만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별도의 간병계약을 맺지 않은 업주에게도 손님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요구되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계약상 부조의무를 보호 자체가 주된 계약인 경우로만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에 따라 상대방의 신체와 생명을 배려하는 부수적 의무가 문제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민사상 보호의무가 있다고 형사상 의무까지 당연히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거래 내용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 위험 경위, 필요한 도움과 대체 수단 등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업주가 지배하는 영업장에서 피해자의 장기간 과음과 위험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따뜻한 곳으로 옮겨 쉬게 하거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유기치사 유죄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도12302 판결).
4. 두 사건을 가른 것
주점 업주에게 책임이 인정된 이유는 손님과 친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영업장과 거래관계, 그 안에서 진행된 음주와 위험 상태, 다른 도움에 연결할 수 있었던 상황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함께 지내던 사건에서는 오랜 관계라는 외형만으로 혼인에 준하는 의무와 위급상태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유기 사건은 관계의 이름만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이 반드시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연인이나 동거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보호책임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보호를 맡게 된 경위, 당시 알 수 있었던 상태, 실제 필요한 조치를 연결해 보아야 합니다.
5. 유기치사나 유기죄 조사 전에 확인해야 할 것
가. 실제로 맡았던 역할
주변에서 보호자라고 불렀다는 사정과 법률상 의무는 구별해야 합니다. 가족관계나 동거 형태, 돌봄의 약정, 영업상 계약을 자료로 정리해야 합니다. 누가 어느 시간대에 무엇을 맡았는지 확인하면 보호 역할이 특정인에게 전부 집중되어 있었다는 설명이 맞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나. 위험을 알게 된 시점
피해자의 대화, 의식, 움직임 등 당시 관찰된 상태를 시간 순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진단 결과를 뒤늦게 알게 된 경우와 눈앞에서 분명한 이상 상태가 계속된 경우는 다릅니다. 통화, 메시지, 현장 영상과 목격자 설명을 함께 살펴 당시 인식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 연락과 인계의 과정
구급 요청이나 가족 연락, 의료기관 이동, 다른 사람에게 돌봄을 넘긴 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연락을 시도했다는 말만 남기기보다 시각과 전달한 상태, 상대방의 응답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실제로 인계가 이루어졌는지도 따로 보아야 합니다.
라. 손해 발생과 의무 위반의 연결
진료기록과 구조 기록을 통해 피해가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망했다는 결과만으로 모든 대응의 지연이 유기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다투어진다고 해서 앞선 유기행위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므로, 적용 죄명별로 요건을 검토해야 합니다.
6. 맺음말
유기죄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일반적인 구조의무 위반죄는 아닙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누구에게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법원은 가까운 관계라는 인상보다 실제 공동생활이나 거래의 내용, 위급상태에 대한 인식을 살핍니다.
다만 별도의 간병약정이 없더라도 구체적인 영업관계에서 부조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계의 근거와 당시 가능한 조치, 실제 대응을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기죄나 유기치사 사건으로 고소를 당하셨다면, 더킴로펌 대구유기죄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시어 사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참고한 법령과 판결
형법 제271조, 제275조
민법 제826조 제1항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3952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도1230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