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킴로펌 대구실화죄변호사입니다.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불이 나면 마지막에 현장을 이용한 직원들이 먼저 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담배를 피웠지만 내 불씨 때문이라는 증거는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과 형사책임 사이에 무엇이 더 확인되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 불을 붙인 물건의 주인을 가리지 못했다고 언제나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관리가 소홀했다는 이유만으로 화재 책임이 모두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글은 대구지방법원에서 심리된 경산 공장 사건과, 발화 경로에 관한 증명이 부족해 유죄 판단이 파기된 사건을 통해 그 차이를 설명합니다.
1. 부주의와 화재의 연결을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고의로 불을 지르는 방화와 달리 실화는 부주의로 불을 낸 경우에 문제 됩니다. 형법 제170조는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있는 건물, 공용 건물 또는 타인 소유의 일반 건물 등을 과실로 불태운 행위를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자기 소유의 일정한 물건을 불태운 경우에도 공공의 위험을 발생시키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171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실화죄를 범한 경우를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불을 직접 다루는 직업만이 업무상실화의 대상인 것은 아닙니다. 담당 직무에 화재를 발견하거나 방지할 의무가 있다면 그 내용도 검토합니다. 다만 회사에서 일한다는 사실과 업무상실화죄 성립을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형사사건에서는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의 과실이 겹쳤더라도 각자의 잘못이 화재의 조건이 되었는지 따져야 합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 중 누군가가 불을 냈을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모두를 처벌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구별은 불이 난 물건과 발화 지점을 조사할 때부터 중요합니다.
2. 유죄를 뒷받침할 증명이 부족했던 도정공장 사건
가. 사건 개요
쌀을 도정하는 공장에서 백열전구에 종이 전등갓을 설치한 뒤 방치했다가 이를 제거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화재가 발생하자 검사는 전등갓에서 떨어진 불티가 쌀겨에 묻혀 약 10시간 동안 서서히 타다가 불이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불꽃 없이 타는 현상을 훈소라고 합니다. 발화 과정을 놓고 추정에 기초한 감식 의견과 현장 조건을 모의한 실험 결과가 달리 제시되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전등갓을 설치하고 방치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실제 화재의 원인이었는지는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문제 된 실험에서는 쌀겨에 덮인 불씨 등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꺼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발화 지점이 불티가 떨어졌다는 곳인지 분전판 부근인지도 확실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반대 자료를 외면한 채 추정 감정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1983. 5. 10. 선고 82도2279 판결). 피고인의 설명이 더 그럴듯하다고 판단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검사가 주장한 발화 경로를 합리적인 의심 없이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방지 의무가 있다는 판단과 그 의무 위반이 이번 불을 일으켰다는 판단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3. 두 사람 모두 벌금형을 받은 경산 공장 사건
가. 사건 개요
경산시의 한 공장 근로자 두 명은 공장 외벽의 분리수거장 옆에서 함께 담배를 피웠습니다. 분리수거장에는 종이상자가 쌓여 있었고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기고 꽁초를 버렸으며, 상대방이 버리는 모습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씨를 확인하고 없애는 조치 없이 떠났습니다.
약 3~4분 뒤 분리수거장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불은 공장동으로 번졌고, 수리비가 약 6억 4,550만 원에 이를 정도의 피해가 났습니다. 현장 CCTV에는 두 근로자의 행동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사람의 꽁초에서 처음 불이 붙었는지는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구지방법원은 두 사람을 각 벌금 500만 원에 처했습니다. 대법원도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주변 가연물과 바람 등으로 화재를 예상할 수 있었고, 자신과 상대방이 버린 불씨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 제거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각자가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겹쳐 화재를 일으켰다는 판단입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11. 18. 선고 2020노3595 판결,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2도16120 판결).
대법원은 누구의 꽁초인지 모른다는 점과 원인행위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구별했습니다. 근무 내용, 화재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 위험을 없애기 쉬웠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둘이 담배를 피웠으니 하나의 공동범행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과실에 따른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4. 두 사건을 가른 것
도정공장 사건에서는 불티가 떨어진 뒤 오랜 시간 쌀겨 속에서 타다가 화재를 일으켰다는 경로가 실험 결과와 맞지 않았습니다. 경산 사건에서는 위험한 장소에 버려진 불씨와 짧은 시간 뒤 그 주변에서 발생한 화재가 연결되었고, 다른 전기적·화학적 원인이나 제3자 방화 가능성도 함께 검토되었습니다. 증명이 부족했던 부분의 성격이 달랐습니다.
어느 꽁초가 먼저 불을 붙였는지 모르는 경우에도 각자의 조치를 하지 않은 잘못이 화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직접증거가 있는지만 세는 대신, 감식과 영상, 현장 구조와 시간의 흐름이 같은 결론을 뒷받침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화재 직전의 행적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5. 화재 혐의 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것
가. 누가 어떤 위험을 관리해야 했는지
업무 분장과 실제 작업, 현장 이용 규칙을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 불을 다루지 않았더라도 위험을 발견하고 막아야 할 의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함만으로 모든 위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당시 볼 수 있었던 상황과 가능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나. 최초 발화 지점과 직전의 행동
재를 버린 장소, 가연물이 놓인 위치, 바람의 방향과 연기가 처음 보인 곳을 자료로 맞춰야 합니다. 안전 확보와 소방 활동이 우선이지만, 이후 현장이 정리되기 전에 남은 사진과 영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술에서는 직접 본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설명을 구분해야 합니다.
다. 감식이 무엇을 전제로 했는지
감정서가 하나의 발화 지점을 미리 전제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른 설비나 전기 계통을 조사했는지, 실험이 실제 재료와 환경을 반영했는지도 중요합니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원문을 읽고,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라. 보험과 피해 회복 자료를 구분했는지
보험금 지급, 수리비 견적, 실제 복구 비용과 합의 내용을 나누어 보관해야 합니다. 피해 회복은 형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지만 발화 원인의 증명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책임 범위가 다투어지는 상황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해 배상 문서에 기재하지 않도록 내용을 살펴야 합니다.
6. 맺음말
경산 공장 사건은 직접 불을 붙인 꽁초를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과 화재가 연결되면 실화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도정공장 사건은 부주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발화 과정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누구에게 어떤 조치가 요구되었고, 그 조치를 하지 않은 일이 실제 화재를 일으켰는지가 중요합니다. 실화 사건으로 조사를 앞두셨다면 더킴로펌 대구실화죄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시어 감식 자료와 현장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참고한 법령과 판결
형법 제170조, 제171조
대법원 1983. 5. 10. 선고 82도2279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11. 18. 선고 2020노3595 판결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2도1612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