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킴로펌 대구재물손괴변호사입니다. 건물 관리나 주차 문제로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의 광고판을 치우거나 물건을 잠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부수지도 않았는데 손괴가 될까요?”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재물손괴 사건에서는 물건의 모양이 그대로인지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먼저 핵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멀쩡한 물건이라도 사용 목적을 잃게 만들었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물건에 어떤 변화를 주었다고 해서 모두 손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광고판을 옮긴 사건의 판단 기준을 살펴본 뒤, 대구지방법원에서 올라간 토지 이용 사건과 차량 운행을 막은 사건을 비교하겠습니다. 이어서 조사 전에 확인할 자료를 정리하겠습니다.
1. 재물손괴죄의 처벌과 판단 기준
가. 처벌 규정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다른 사람의 물건 등을 손괴하거나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물건을 원래 쓰임대로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잠시만 사용하지 못한 경우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면서 범행하면 형법 제369조 제1항의 특수손괴가 문제 될 수 있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일반 재물손괴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처벌 가능성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나. 광고판을 그대로 옮겨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사건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 연습장을 홍보하려고 건물 로비에 배너와 거치대를 세워 두었습니다.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이를 컨테이너 창고로 옮겼습니다. 피해자는 창고 문이 잠겼고 반환을 요구해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1심과 원심은 광고판의 형태가 변하거나 훼손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물손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홍보를 위해 세워 둔 광고판을 그 자리에서 제거해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 광고판 본래의 역할이 사라졌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했던 것은 배너 천이 찢어졌는지가 아니라, 홍보물로서 쓰일 수 있었는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했더라도, 소유자가 본래 용도대로 쓰지 못하게 했다면 재물손괴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도18807 판결 참조).

2. 대구에서 올라간 대법원 판결 – 임차한 땅에 구덩이를 판 경우
가. 사건 개요
대구지방법원의 판단을 거쳐 대법원까지 간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집에 인접한 대지의 재산세를 대신 부담하기로 하고 그 땅을 빌려 마당으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생활하수를 처리하려고 집 담에 붙은 구석에 구덩이를 파고 콘크리트 조각을 넣었습니다. 이 땅은 빌릴 때부터 별다른 용도로 쓰이지 않고 잡초와 쓰레기, 돌조각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땅을 빌려 쓰게 된 경위, 구덩이의 위치와 규모, 기존 이용 상태를 보면 구덩이를 팠다는 사실만으로 토지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고 볼 수 없고, 그 효용을 해한다는 인식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땅의 모습을 바꿨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그 변화가 실제 사용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핀 것입니다(대법원 1989. 1. 31. 선고 88도1592 판결 참조).
3. 대법원 유죄 사례 – 차량 앞뒤를 구조물로 막은 경우
가. 사건 개요
반대로, 평소 굴삭기를 세우던 자리에 주차된 승용차의 앞뒤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크러셔로 막은 사건이 있습니다. 차량 운전자는 출동한 경찰관들과 함께 장애물을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차량은 약 17~18시간 운행할 수 없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쉽게 치우기 어려운 구조물을 차량에 바짝 붙여 놓은 것은 차량에 물리적 힘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차를 운행하지 못한 이상 자동차의 본래 효용을 해한 경우라고 보았습니다. 차체가 망가지지 않았다는 점은 결론을 바꾸지 못했습니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참조).
4. 두 사건을 가른 것
토지 사건에서는 땅의 일부 모습이 바뀌었지만, 사용 경위와 기존 상태에 비추어 본래 효용이 침해됐다는 점과 그에 대한 인식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차량 사건은 외관이 그대로였지만, 자동차의 핵심 기능인 운행이 실제로 차단됐습니다. “손으로 직접 부쉈는가”만으로는 두 결론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땅에 마음대로 구덩이를 파거나 구조물을 놓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토지를 훼손한 범위와 방법, 당시 사용 상태가 달라지면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는 사건에 적용하려면 물건의 용도와 구체적인 행동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5. 재물손괴 혐의를 받을 때 확인해야 할 것
가. 평소 어떻게 쓰던 물건인지
광고판이 실제로 홍보에 쓰이고 있었는지, 토지를 어떤 조건으로 빌렸는지, 출입 장치가 평소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와 설치 사진, 기존 사용 모습이 담긴 자료는 원래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 사용을 막은 방법과 당시 현장
물건을 둔 장소, 잠금 여부, 통행 가능한 공간, 장애물의 크기와 무게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이동’이라도 누구나 바로 찾아 쓸 수 있는 상태인지, 소유자가 회수하지 못하는 상태인지에 따라 사건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다. 목적을 보여 주는 대화와 시간 기록
사용을 막겠다는 대화가 있었는지, 반환을 요구받고 어떻게 답했는지, 언제 원상회복했는지 정리해야 합니다. 물건을 파괴할 생각이 없었다는 설명과, 소유자가 사용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당시 인식은 행동과 대화 전체를 통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 권한과 피해 회복을 각각 확인하기
관리자나 임대인이라는 지위만으로 상대방 물건을 처분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제거에 동의받았는지, 계약이나 법령에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환과 복구, 배상, 합의 자료도 챙겨야 하지만, 이미 생긴 사용 제한과 그 이후의 피해 회복은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맺음말
재물손괴 사건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멀쩡한 광고판도 창고에 갇히면 홍보 역할을 못 할 수 있고, 흠집 없는 자동차도 앞뒤가 막히면 운행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물건에 변화를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본래의 효용이 침해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유리한 판례의 결론만 가져와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물건의 기존 쓰임, 행동의 방식, 사용하지 못한 정도와 당시 인식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더킴로펌 대구재물손괴전문변호사와 상담하시어 사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