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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각도를 돌리고 저장장치를 옮긴 세입자에게 절도·손괴죄가 성립할까요?

대구지방법원 2025. 7. 11. 선고 2024노2671 판결

판결 결과항소심에서 재물손괴는 정당행위, 절도는 증명 부족으로 무죄

판례 요약

임대인과 갈등을 겪던 세입자가 자신을 향한 CCTV 각도를 바꾸고 저장장치의 선을 분리한 사건입니다. 항소심은 카메라 각도 변경과 저장장치 절취 혐의를 서로 다른 이유로 무죄 판단했습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대응의 범위와 물건의 점유가 실제로 이전되었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01사건 개요

경주의 원룸에 거주하던 피고인은 공용계단에 짐을 두는 문제로 임대인 측과 다투었습니다. 이후 설치된 CCTV가 자신의 현관문과 짐이 놓인 부분을 촬영하자, 2023년 7월부터 8월 사이 총 11차례 카메라 방향을 돌렸습니다.

별도로 옥상 창고의 CCTV 저장장치에 연결된 선을 뽑은 뒤 25만 원 상당의 장치를 가져갔다는 절도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은 두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피고인은 카메라 조정은 부당한 감시를 막으려는 것이었고 저장장치를 가져간 적은 없다고 항소했습니다.

02쟁점

가. 카메라를 부수지 않고 방향만 바꾼 것도 손괴인지

물건이 물리적으로 파손되지 않아도 본래 기능을 쓰지 못하게 하면 손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도 이 사건 사정에서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나. 저장장치를 숨기거나 옮긴 사실이 곧 절도인지

절도는 타인의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나 다른 사람의 지배 아래로 옮기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녹화 중단과 피고인의 움직임만으로 창고 밖으로 반출한 사실까지 입증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03판결

가. 촬영 기능은 방해했지만 정당행위가 인정되었습니다

항소심은 CCTV 각도를 직접 돌려 설치자가 촬영하려던 곳을 촬영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일시적이라도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부서지지 않았으니 손괴가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여러 세대 중 유독 피고인의 출입문과 짐을 향하고 있었고, 임대인과 다툼이 생긴 뒤 설치되었습니다. 설치 목적 등을 알리는 안내도 없었으며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활동을 감시받는다고 여긴 세입자가 카메라 각도만 바꾼 대응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나. 저장장치가 나중에 발견된 장소를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창고에서 몸을 숙인 뒤 영상이 끊긴 사정을 절취의 근거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장치를 들고 나가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반면 피고인이 이사한 뒤 경찰관 입회하에 같은 창고에서 장치를 찾아 임대인 측에 건넨 사실은 영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항소심은 장치를 밖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들여왔을 가능성, 창고 안에 숨겨 두었을 가능성 등을 비교했습니다. 창고가 통상 잠겨 있어 다시 반입하기 어려웠다는 사정 때문에 내부에 옮겨 놓았다는 설명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임대인이 일부러 숨겨 허위로 신고했다는 가능성도 낮게 보았으므로, 이 판결을 임대인의 무고가 확인된 사건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다. 창고 내부의 이동과 자기 점유 취득을 구분했습니다

저장장치가 임대인들이 관리하는 창고 안에 계속 있었다면, 다른 물건 사이에 숨겨졌더라도 여전히 그들의 지배 범위 안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효용을 해치는 행위인지와 별개로, 기소된 절도죄의 점유 이전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항소심은 1심을 파기하고 두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카메라 방향 변경은 정당행위라는 이유였고, 저장장치 절취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04의의

이 판결은 CCTV가 불편하면 언제든 훼손하거나 가져가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정 세대만 향한 촬영, 분쟁의 경위, 안내 부재와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 카메라 각도 변경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절도 부분에서는 물건을 만지거나 위치를 바꾼 사실과 실제로 자기 지배 아래 취득한 사실을 구분했습니다. 영상이 어디에서 끊겼는지만 보지 않고, 물건의 발견 장소와 출입 가능성까지 연결하여 증거를 평가한 점이 중요합니다.

출처: 대구지방법원 2025. 7. 11. 선고 2024노26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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