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위험한 물건을 든 행위만 보고 정당행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가위로 위협하는 상대방에게 맞서 부엌칼을 들고 경찰을 기다린 사건에서 전체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며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01사건 개요
피고인은 어린 시절 친족인 피해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가족에게 알렸습니다. 피해자는 이에 격분해 피고인의 집에 찾아와 귀가하는 피고인을 폭행했습니다. 싸움이 잠시 멈춘 뒤에도 피해자는 서랍 두 개를 던져 손가락을 다치게 하고 얼굴을 때렸습니다.
피해자가 가위를 들고 생명을 위협하자 피고인은 싱크대 위의 부엌칼을 가져와 대치했습니다. 피고인은 직접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부엌에서 칼을 들고 있었습니다. 원심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특수협박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02쟁점
가. 정당행위의 종합 평가
동기·목적, 수단, 법익균형과 긴급성·보충성을 서로 분리해 판단할 수 있는지 문제됐습니다.
나. 칼을 든 순간만 볼 수 있는지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과 경찰 도움 요청을 포함한 전체 행동을 살폈습니다.
03판결
대법원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요건을 서로 연결된 요소로 종합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긴급성과 보충성도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지의 문제이지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피고인은 예고 없이 집에 찾아온 상대방으로부터 반복적인 공격과 가위 위협을 받았습니다. 부엌칼을 든 행동은 추가 공격을 막으려는 두려움과 절박함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피해자 공격에 비해 소극적인 대응이었고 직접 신고해 공적 도움을 요청했으며 추가 위해를 가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습니다.
칼 사용의 위험성을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부정적인 사정만으로 전체 상황을 외면하고 정당행위 성립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04의의
처음 공격부터 대치와 신고까지 행동의 흐름을 확인해야 합니다. 상처 진단서, 현장 영상, 신고 내용과 흉기를 내려놓은 시점 등이 대응의 목적과 범위를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은 흉기 대응을 적극 권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정한 공격 상황에서 처벌할 정도의 위법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문제이며, 위협이 끝난 뒤 보복하는 행동과는 구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