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가 국내 휴대전화 번호처럼 표시되도록 중계기를 설치·관리한 사건입니다. 항소심은 피고인과 조직원이 공범 관계이므로 조직원과 피해자 사이의 통신을 ‘타인 간의 통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범행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각각의 사람이 하나의 통신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공범이나 의뢰인의 통신이라도 서로 다른 사람 사이의 통신을 연결해 주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중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01사건 개요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등 해외에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고, 국내의 다른 조직원들이 피해금을 받는 방식으로 범행을 했습니다. 피고인은 조직으로부터 인터넷전화 중계기를 건네받고 설치 방법을 배운 뒤 국내에 기기를 설치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피고인은 2020년 11월 16일부터 23일까지 모텔 등 여러 장소에 중계기 2대를 설치했습니다. 다른 사람 명의의 유심을 이용해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의 발신번호가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표시되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업무 지시는 위챗에서 ‘X-Ma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을 통해 받았습니다.
검사는 타인 간의 통신을 중개한 행위와 등록 없이 기간통신사업을 경영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항소심은 그중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부분을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보았고, 검사가 상고했습니다.
02쟁점
가. 공범의 통신도 ‘타인 간의 통신’에 해당하는지
항소심은 공동 범행을 위한 통신이므로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통신을 중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쟁점은 통신을 이용하는 사람과 중계기를 운영하는 사람이 범행을 함께한다는 이유로 법의 적용에서 제외되는지였습니다.
나. 중계기 운영이 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에도 해당할 수 있는지
기기를 한 번 옮기는 행위와 계속해서 전화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행위는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는 반복적·계속적인 통신 연결 역할이 등록이 필요한 기간통신사업에 해당하는지도 문제되었습니다.
03판결
가. 범죄의 공모 관계와 통신 주체를 구분했습니다
대법원은 통신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이 중개를 부탁했거나 중개 행위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범행의 공범이라도 서로 다른 사람 사이의 통신을 연결했다면 법에서 말하는 중개가 될 수 있습니다.
나. 실제로 수행한 연결 기능을 평가했습니다
피고인은 해외 조직원의 전화가 국내로 전달되도록 중계기를 설치하고 운영했습니다. 단순히 자기 전화를 이용해 통화한 것이 아니라 설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통신이 이루어지게 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반복적·계속적으로 하여 통신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등록 없이 기간통신사업을 경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전기통신사업법의 중개와 사업 경영에 관한 법리를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유죄 부분과의 죄수·형의 관계를 고려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04의의
보이스피싱 사건은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돈을 받은 사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판결은 전화 연결에 필요한 설비를 운영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통신 관련 규정을 설명합니다.
중계기 설치·관리 역할을 맡았다면 기기를 전달받은 경위, 설치 장소와 기간, 장애 발생 시 받은 지시, 보수 지급 방식 등으로 실제 역할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사기 범행에 관한 책임과 통신설비 운영에 관한 책임은 각각의 요건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