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거짓말로 이전받은 비트코인 중 일부를 반환하는 합의를 두고 별도의 공갈도 성립하는지 다툰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해회사가 이미 처분권을 잃은 상태였는지, 새 처분행위가 있었는지와 협상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 공갈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01사건 개요
가상자산 사업의 운영을 둘러싸고 회사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피고인은 특정 이벤트가 끝나면 바로 돌려줄 것처럼 다른 구성원을 속여 다중서명 계좌의 6,000BTC을 자신의 단독명의 계좌로 이전받았습니다. 실제로는 반환하지 않고 자신과 아버지 측의 협상에 이용했습니다.
이후 중재자가 전달한 합의안을 통해 사업적으로 결별하며 일부 비트코인을 피고인 측에 귀속하는 합의를 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협박해 회사로부터 1,500BTC을 갈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1심은 선행 사기는 유죄, 그 뒤의 공갈은 무죄로 판단했고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했습니다.
02쟁점
가. 선행 사기와 새로운 공갈의 구분
이미 처분권을 잃은 비트코인의 일부를 회복하는 협상이 새로운 처분행위인지 문제됐습니다.
나. 불리한 협상과 협박의 구별
회사가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합의한 것과 일방적인 위협으로 합의한 것을 구분했습니다.
03판결
법원은 비트코인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고, 이를 속여 이전받으면 사기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벤트가 끝나면 즉시 반환한다는 약속과 실제 의도, 계좌 처분권을 행사한 경위에 따라 사기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공갈에는 위협으로 인한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필요합니다. 원래 회사 측 두 사람의 합의로 처분하던 비트코인이 피고인 측의 참여 없이는 처분할 수 없는 계좌로 옮겨졌다면, 회사에 정상적으로 반환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1,500BTC이 피고인 측에 귀속된 것을 선행 사기의 결과로 볼 수 있고, 별도의 새로운 공갈에 의한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반환된 것으로 가정하더라도 합의가 중재자의 조율과 회사 내부 협의로 이루어지고 회사에 유리한 조항이 추가된 점, 회사가 이후 합의의 유효성을 전제로 수정안을 보내고 경업금지 절차를 진행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불리한 협상 위치만으로 일방적인 협박이 증명됐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도 이 사건에 대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기 유죄와 공갈 무죄는 서로 다른 행위와 증명에 관한 결론입니다.
04의의
분쟁 과정에서 같은 재산이 여러 차례 이동하거나 합의 대상이 되면, 각 단계에서 누가 처분권을 갖고 있었고 무엇이 새로 이전됐는지를 나눠야 합니다. 피해회사가 돈을 되찾기 위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공갈의 모든 요건이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결론은 협상 중 실제 위협을 허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좌 통제 구조와 선행 사기, 중재·협상 과정이 결합돼 별도 공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좌의 서명 조건, 합의안 변경 기록, 각 참여자의 진술을 함께 보아야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