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대부업자가 상환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채무자의 문자에 동의한 뒤, 담보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690만 원을 받았습니다. 대부업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받은 돈이 아니므로 이자가 아니며 계약서에 차량 처분 동의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차량을 넘기고 받은 돈 중 대출 원금을 초과하는 부분을 간주이자로 보고, 변제기 연장 후 동의 없이 차량을 처분한 행위에는 업무상횡령도 인정했습니다.
01사건 개요
대부업자인 피고인은 2023년 4월 피해자의 승용차를 담보로 300만 원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실제로는 주차비 15만 원을 먼저 빼고 285만 원을 지급했고, 변제기는 한 달 뒤로 정했습니다. 계약서에는 별도 협의가 없으면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며 연체하면 차량을 매매하거나 제3자가 운행하도록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었습니다.
변제일에 피해자는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이자를 내고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지 문자로 물었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동의하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피해자가 이자 납부일을 며칠 미뤄도 되는지 다시 물었을 때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피고인은 6월 17일 차량을 제3자에게 넘기고 690만 원을 받았으며, 6월 29일에야 계약 해지를 알리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제1심은 제한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은 행위와 업무상 보관하던 차량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차량 대금은 이자가 아니고, 변제기 연장이나 차량 처분 제한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항소했습니다.
02쟁점
가.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준 돈도 이자가 되는지
차량을 받은 제3자가 지급한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출과 무관한 대금이 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누가 지급했는지와 함께, 피고인이 그 돈을 어떤 목적으로 받고 대출 원리금에 어떻게 충당하려 했는지 살폈습니다.
나. 계약서에 처분 조항이 있으면 바로 차량을 넘길 수 있는지
계약 당시의 처분 약정뿐 아니라 이후 문자로 상환기일을 연장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연장이 이루어졌다면 당초 변제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담보 차량을 처분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03판결
가. 지급자의 신분보다 대출 대가라는 실질을 보았습니다
법원은 대부와 관련해 받는 돈을 이자로 보는 규정이 지급자를 채무자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업자가 제3자와 별도 계약을 맺고 받더라도 실제로는 금전 대여의 대가라면 간주이자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습니다(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2다229615 판결 참조).
피고인은 처음부터 차량 처분 대금을 원리금에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따라서 690만 원 전부를 이자로 본 것이 아니라, 그중 원금을 넘는 부분을 대출 대가로 판단했습니다. 주차비 공제액을 원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 주장대로 계산하더라도 제한이자율을 크게 초과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나. 문자메시지로 변제기 연장에 동의했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의 별도 협의 조항은 협의에 따른 연장을 허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연장 요청에 피고인이 동의하는 답장을 한 점, 이후 연장을 거절하는 말을 하지 않은 점, 뒤늦게 해지 통지를 보낸 점을 함께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해지 통지 전까지는 변제기를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았습니다.
다. 연장 기간 중의 임의 처분에 횡령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은 계약 해지를 통지하기 전에 업무상 보관하던 차량을 제3자에게 넘겼습니다. 법원은 그 처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했을 뿐이고 받은 돈도 반환할 보관금이라는 해명은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했으며, 차량도 회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과 형이 무겁다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1심 이후 양형을 바꿀 만한 새로운 사정도 없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04의의
담보 대출에서는 대출계약과 담보 처분을 따로 떼어 이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담보물을 넘겨 받은 돈이 원리금 회수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자 제한을 적용할 때에도 그 경제적 실질을 살펴야 합니다. 돈을 지급한 사람이 채무자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이자 계산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최초 계약서에 담보 처분 조항이 있어도, 이후에 오간 기한 연장 합의가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와 문자메시지, 차량 양도일, 해지 통지일을 시간순으로 비교한 것이 횡령 판단의 핵심이었습니다. 담보를 보관하는 권한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는 권한은 구별되며, 실제 처분 시점에 어떤 합의가 유효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