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조사 영상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경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녹화 동의와 전 과정 녹화 요건을 지키지 않은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도, 다른 증거로 공갈이 증명된 피고인의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01사건 개요
피고인 중 한 사람은 유흥접객원 알선 영업을 하는 피해자들에게 상납금을 내지 않으면 영업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영상녹화하고 조서를 작성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제1심 법정에서 조서가 자신의 진술과 동일하게 적혔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녹화 시작 전 서명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조서를 읽는 도중 녹화를 멈췄습니다. 조서 검토 일부와 서명 과정이 영상에 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02쟁점
가. 영상녹화에 의한 조서의 진정성립
법정에서 진술자가 조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사 영상으로 이를 대신 증명할 수 있는지 문제됐습니다.
나. 증거 배제와 유죄 판단의 관계
해당 조서를 빼더라도 다른 적법한 증거로 공갈이 인정되는지 살폈습니다.
03판결
대법원은 영상녹화 전에 진술자의 동의를 받고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동의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사가 시작된 때부터 조서에 서명하는 때까지 전 과정이 녹화돼야 합니다. 진술 도중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나 녹화되지 않은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이 요건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조서 열람과 서명은 기록이 실제 진술과 일치하고 적법하게 작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이 사건 영상으로는 문제된 피해자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없었으므로, 이를 증거로 인정한 원심에 법리오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조서를 제외해도 원심이 채택한 나머지 증거로 위협과 상납금 지급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증거능력 판단의 잘못이 이 피고인의 공갈 유죄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다른 피고인의 공갈 무죄와 협박 공소기각에 관한 판단도 함께 유지됐습니다.
04의의
증거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과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은 구별해야 합니다. 하나의 조서가 배제돼도 대화 내용이나 금전 지급 등 다른 적법한 증거가 충분하면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법한 조서에만 의존해 부족한 증명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조사 영상과 조서를 확인할 때는 단순히 영상 파일의 존재뿐 아니라 녹화 동의서, 시작·중단·종료 시점, 조서 열람과 서명 과정이 포함됐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피고인마다 증거와 가담 내용이 다르면 같은 재판에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