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경쟁입찰에서 가장 낮게 제시된 가격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사건입니다. 원심은 위법한 대금 결정은 인정하면서도 차액 지급명령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추가 인하를 정당화할 사유가 증명되지 않으면 최저 입찰가와 실제 계약금액의 차액 지급을 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송심에서는 추가 인하의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보아 14억 5,100만 원 등의 지급명령을 유지했습니다.
01사건 개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공사를 맡기는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진행한 뒤, 최저가 견적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계약금액으로 정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대금 결정과 계약에 포함된 부당한 조건 등을 문제 삼아 처분했습니다.
원사업자는 자신이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에 해당하는지, 계약 과정이 경쟁입찰인지 등을 다투었습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는 추가 인하를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최저 입찰가에 계약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차액 지급명령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원사업자와 공정위가 각각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중요한 쟁점은 위법한 대금 결정의 중지를 명하는 데서 나아가, 부당하게 낮춘 금액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02쟁점
가. 위법한 계약금액을 바로잡는 지급명령이 가능한지
이미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최저 입찰가와의 차액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없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나. 최저 입찰가보다 낮게 정한 사유는 누가 설명해야 하는지
입찰 이후의 추가 협상이 정당했다면 어떤 사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지, 그 증명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결론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03판결
가. 경쟁입찰과 부당한 특약에 관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사업자가 하도급법상 중소기업자가 아닌 사업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계약 체결 과정이 경쟁입찰이라는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 조건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도 유지했습니다.
나. 최저 입찰가는 차액 산정의 구체적인 기준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7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 입찰금액보다 낮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대금 결정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이 비교 기준을 최저 입찰가로 분명히 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정당한 추가 인하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그 가격 수준에서 계약했을 사정이 인정되므로,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시정조치로 차액 상당의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 추가 협상이라는 형식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정당하게 산정한 예정가격을 넘을 경우 추가 협상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린 사정, 현장 여건, 원사업자 책임이 아닌 사유,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 등을 객관적·합리적인 근거의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한 정당화 사유는 원사업자가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 원심은 정당한 사유 없는 인하를 인정하고도 실제 최저가에 계약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급명령을 배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며 공정위가 패소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원사업자의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라. 환송심은 차액 14억 5,100만 원 등의 지급명령을 유지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환송 후 추가 협상이 정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했습니다. 현장설명서에는 최저가 업체를 우선 계약대상자로 협의한다는 내용만 있었고, 추가 협상의 조건이나 최저 입찰가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알린 내용은 없었습니다. 단순히 협의 가능성을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인하를 정당화하면 법의 금지 규정을 쉽게 피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수급사업자가 먼저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관련 형사사건의 증인신문 내용 등을 보면 원사업자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와 계약할 듯한 의사를 내비친 사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발적이고 정당한 인하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두 공사의 차액 14억 5,100만 원과 부가가치세 지급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환송심은 이 지급명령과 민사상 손해배상액의 최종 확정은 성격이 다르므로, 공정위가 수급사업자의 과실을 이유로 지급명령액을 임의로 감액할 수 있다는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04의의
최저가 입찰자를 정한 뒤 다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계약서에 서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당해지지 않습니다. 입찰 전에 안내한 협상 조건, 예정가격의 산정 근거, 추가 인하 사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부당한 대금 결정에 대해 재발방지 명령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경쟁입찰의 구체적인 비교 기준을 이용한 차액 지급명령도 가능하다고 설명한 사례입니다. 모든 사적 협상에서 최저 견적금액이 곧 확정대금이 된다는 뜻과는 구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