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요약
회사분할 전에 발생한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신설회사에 재발방지와 대금 지급을 명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민사상 채무를 승계하는 문제와 행정제재의 사유를 승계하는 문제를 구별했습니다. 시정조치의 승계를 정한 법률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한 명령을 취소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01사건 개요
기존 현대중공업이 회사를 분할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설립된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명령의 내용은 하도급법 위반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고, 그 근거가 된 위반행위는 회사분할 전에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신설회사는 자신이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가 아니므로 시정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자 공정위가 상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지급 대금이 존재하는지보다, 과거 위반에 대한 행정명령을 누구에게 내릴 수 있는지가 중심이 된 행정소송입니다.
02쟁점
가. 사업과 채무의 승계가 행정제재의 승계까지 뜻하는지
회사분할로 사업이나 지급채무를 넘겨받았더라도, 기존 회사가 저지른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까지 당연히 부담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나. 과징금에 관한 승계 규정을 시정명령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판결 당시 하도급법은 과징금에 관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승계 규정을 준용하고 있었습니다. 법률이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시정조치에도 같은 결론을 확장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03판결
가. 제재사유는 기존 회사의 위반 시점에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모두 법을 위반한 사업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제재라는 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회사가 정해진 기간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때 이미 제재사유가 생깁니다. 이후 신설회사가 대금을 지급해도 과거의 지급 지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신설회사가 지급채무를 승계한 뒤 스스로 새로운 위반을 한다면 별도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행위에 대한 제재를 승계시키는 것과 신설회사 자신의 위반을 제재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나. 승계 범위는 법률이 정한 내용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법률상 근거 없이 분할 전 공정거래법 위반의 과징금을 신설회사에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았던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의 취지를 참조했습니다. 같은 위반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선택했는지 시정명령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제재사유 승계 여부가 달라지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판결 당시 법률은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의 승계와 하도급법상 과징금의 승계에는 근거를 두면서, 문제 된 하도급법상 시정조치의 승계에는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상의 구별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 신설회사를 상대로 한 시정명령의 취소를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분할 전 회사의 위반을 이유로 신설회사에 재발방지와 대금 지급을 명한 것은 처분 상대방을 잘못 정한 것이라는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였습니다. 공정위의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04의의
사업을 넘겨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의 모든 행정제재까지 승계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분할 사건에서는 위반행위가 발생한 시점, 실제 위반 사업자, 처분의 종류, 법률의 승계 규정을 순서대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결이 지급채무 자체를 없애 준 것은 아닙니다. 대금을 청구할 민사상 상대방과 과거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의 상대방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위 설명은 판결에서 다룬 당시 법률의 시정조치 승계 구조에 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