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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힌 손을 뿌리치거나 상대를 밀쳤다면, 정당방위가 될까요? | 대구폭행죄변호사

TK로펌 · 더킴로펌 대구 사무소

붙잡힌 소매를 벗어나려는 사람을 표현한 일러스트

상대방이 먼저 팔을 잡았고, 이를 뿌리치자 상대방이 넘어졌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려는데 길을 막아 상대방을 밀쳤습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는 흔히 “때리려던 것이 아니라 벗어나려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같은 ‘밀침’이나 ‘뿌리침’도 그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사용한 힘에 따라 법적인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행·상해 사건에서는 먼저 맞았는지뿐 아니라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는지, 서로 싸우던 중이었는지, 상대방에게 가한 힘이 방어를 위한 범위를 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판결 사례를 통해 방어와 공격을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조사 전에 확인할 자료를 설명합니다.

1. 먼저 맞았다는 사실과 정당방위는 어떻게 다른가요?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인정됩니다. 여기서 ‘현재’라는 말은 대응 당시에도 침해가 진행 중이거나 임박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격이 끝난 뒤 화가 나서 다시 찾아가 때린 행동은 앞선 피해 사실만으로 정당방위가 되지 않습니다(형법 제21조 제1항 참조).

상대방이 첫 주먹을 날렸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던 과정이라면 먼저 맞은 쪽의 대응에도 공격의 성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몸을 맞댄 장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쌍방폭행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일방적인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항인지, 새로 상대방을 공격한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건을 설명할 때 “상대가 먼저 시작했다”는 한 문장에 그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행동이 시작점이었는지, 그 뒤 상대방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의 행동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를 나누어야 대응의 목적과 정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폭행을 막으며 거리를 확보하는 장면

2. 붙잡힌 손을 뿌리쳤는데 상대방이 다쳤다면요?

대법원 2021. 5. 7. 선고 2020도15812 판결에서는 계단에서 상대방을 거세게 뿌리쳐 넘어지게 한 행동이 문제 됐습니다. 그 전에 피고인은 상대방의 모자를 벗기거나 뒷목을 잡아당기고, 멱살을 잡아 벽에 미는 등 다툼을 벌였습니다. 이후 상대방이 자리를 피하려는 피고인 일행을 따라가 붙잡았고, 실랑이 끝에 넘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앞선 폭행과 넘어질 위험을 포함한 정황을 살펴, 상해의 고의와 정당방위·과잉방위에 관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뿌리치기’라는 동작 이름보다 앞뒤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20도15812 판결 참조).

자신의 사건에서도 계단, 턱, 좁은 통로처럼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다쳤다는 결과만으로 방어행위가 모두 위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설명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위험을 인식했는지와 실제 힘의 방향·세기를 자료에 근거해 살펴야 합니다.

3. 출입을 막는 상대방을 밀치는 것은 허용될까요?

대구지방법원 2023. 4. 20. 선고 2022노3228 판결에서 피고인은 회사 출입 공간을 확보하려고 상대방을 밀었으며, 업무나 인수인계를 위한 소극적 저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멱살을 잡고 밀어 상대방이 뒤로 넘어질 듯 휘청거린 사실 등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출입 방해를 정당방위의 전제가 되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고, 사용한 힘에도 상당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3. 4. 20. 선고 2022노3228 판결 참조).

이 사건의 후속 대법원 판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 파기환송 사례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폭행과 정당방위에 관한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심판결 전체가 파기된 이유는 함께 기소된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고, 두 부분에 하나의 형이 선고됐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도5814 판결 참조).

이 사례를 “길을 막으면 밀쳐도 된다”거나 “출입을 막아도 대응할 수 없다”는 일반 규칙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출입하려던 이유, 상대방의 행동, 신체 접촉 방식과 정도가 함께 문제 됐습니다. 권리를 행사하려던 목적이 있어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 힘이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 영상과 기록을 보존하는 장면

4. 정당방위와 정당행위, 과잉방위는 구분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항

겉으로는 서로 싸우는 모습이어도 실제로 한쪽의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힘을 사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저항이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사회관념상 허용되는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배제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상대방의 공격과 자신의 대응을 따로 떼어 보지 않고 그 연결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참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와 제21조의 정당방위는 같은 규정이 아닙니다. 정당행위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가 포함되고, 정당방위에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와 상당한 방어라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일상적으로 “정당방위였다”고 말하는 상황도 법률적으로는 어느 근거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형법 제20조, 제21조 참조).

방어였지만 정도를 넘은 경우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그와 같은 과잉방위행위를 했다면 처벌하지 않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밤에 일어났다는 사실이나 당황했다는 주장만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그 행동이 방어행위인지부터 판단해야 합니다(형법 제21조 제2항, 제3항 참조).

서로 공격하던 싸움을 단순히 “방어가 조금 지나친 상황”으로 설명하면 이런 순서를 놓칠 수 있습니다. 공격이 멈춘 후에도 때렸는지, 새로운 공격으로 이어졌는지 등 행동의 흐름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CCTV에서는 어떤 장면을 확인해야 하나요?

마지막 접촉보다 앞뒤 흐름을 보세요

상대방이 넘어지는 몇 초만 잘라 보면 그 전에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는지, 이미 상당 시간 서로 공격했는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건 전후가 이어지는 원본을 확보하고, 누구의 손이 먼저 어디에 닿았는지, 붙잡은 손이 놓였는지, 접촉 후 다시 다가갔는지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세요.

영상이 멀거나 가려져 있다면 보이는 행동과 보이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손이 몸 뒤로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부위를 때렸다고 단정하지 말고, 다른 각도의 영상이나 목격자가 직접 본 내용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처와 접촉 행동을 연결해 확인하세요

상해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진단명뿐 아니라 어느 행동 뒤에 증상이 나타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당시 사진, 진료 시점, 진료 기록, 영상에서 넘어지거나 부딪친 장면은 서로 다른 자료입니다. 진단서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다툼이 끝나는 것도, 영상에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해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확인한 사실과 기억·추측을 나누세요

조사 준비를 위해서는 장소와 시간, 말다툼의 계기, 각자의 행동, 접촉이 끝난 시점, 이후 신고나 진료 경위를 나누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된 사실과 자신의 기억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차이를 표시하세요. 영상에 없는 내용을 사실처럼 보태거나, 상대방과 진술을 맞추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원본 영상·사진·대화 기록을 보존하고 목격자의 연락처와 직접 본 범위를 정리해 두면, 사건을 검토할 때 ‘쌍방이었다’는 표현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정당방위 여부는 주먹을 누가 먼저 날렸는지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방어가 필요했던 상황과 자신이 사용한 힘을 같은 흐름 안에서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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